나는 정의당과 노회찬의 정치를 진보 엘리트 정치로 평가한다. 소수의 진보 엘리트 정치인 위주의 정당 운영과 다수의 당원들을 정치의 주체가 아닌 팬클럽 회원으로 만드는 정치이기에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노회찬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얽혀 유명을 달리한 상황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복잡한 고민이 든다.

 

노회찬 의원, 원내대표로 최근 몇달간 집중적으로 부각되어 그가 계속해서 국회의원이었다는 착각을 하기 쉬운데 그는 2013년 2월 삼성 X파일 관련 떡값검사 명단 공개로 인해 의원직을 상실하였고, 2016년 4월 당선되기까지 “정치 야인”이었다. 즉, 이 사건의 발생 시점인 2016년 3월 당시 그는 국회의원이 아니었다.

국회의원에게는 제법 큰 액수의 세비와 9명의 보좌관에 대한 급여, 의원사무실, 교통비 등의 특혜가 제공되고 공식적으로 후원회도 둬 정치자금 모금을 상시적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아닌 정치인은 사무실 운영, 직원 급여, 일상적인 활동비에 가족의 생계문제까지 모두 본인이 해결해야한다. 이를 정치적 후원자들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도록 되어있다.


도대체 국회의원에게는 허용되는 후원회가 예비 정치인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합리적인 이유는 뭐란 말인가?

정치신인, 비국회의원들의 정치 활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기존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것 말고 이 제도의 존재 이유가 뭐란 말인가?

 

국회의원이 아닌 상태에서는 그 노회찬 마저 불법적인 정치 후원을 받지 않고서는 자신의 정치 활동을 할 수 없었다는게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그가 사리사욕을 위해 그 돈을 받아 썼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까? 그러면, 노회찬과 같은 전국적 지명도조차 갖추지 못한 정치 신인들은 안모씨처럼 자기 재산이 1,000억을 넘어 가는 경우에나 정치에 뛰어들 수 있단 말인가?

 

다시 한번 진보정치인 노회찬 의원의 명복을 빌며, 이 불행한 사건이 왜 벌어졌고 우리는 이 구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같이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정치적으로 나는 그와 그의 노선과는 다른 길을 걸었지만, 그는 훌륭한 지성을 갖춘 진보정치인이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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