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봉산(화성시 우정읍), 2020.8.10.(월)

별도 여름휴가는 가지 않았지만 우정읍에 갈 일이 있어 평일 하루 휴가 내서 쌍봉산에 올랐다. 높이가 118m라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 수준이다. 우리나라 동서고저 지형을 반영하듯 서해안에 위치한 이 곳의 산들은 모두 야트막하다.

실느물산, 봉화산, 보금산, 지내산, 수미산, 석봉산, 고향산, 매봉산, 백토산, 불노산, 창고산, 당산 등 ‘산(산)’이름이 붙었지만 모두 100m도 안 된다. 고도 200m이상을 산이라 부르는 산림청 기준으로 보면 구릉이나 언덕 정도다. 그래도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산이었을 테다. 그래서 그런지 이름이 친근하고 아름답다.

 


등산로 입구에는 주차장, 축구장, 어린이 놀이터, 화장실 등이 잘 완비되어 있었지만 코로나 탓에 한산한 모습이다. 등산로 입구에서 조금 오르면 불노문(不老門)이 나타난다. 거기서부터  나무 계단을 조금 오르면 정상에 닿는다. 소나무, 참나무 등의 크기를 볼 때 수령이 50, 60년쯤 되어 보이는데 아마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이나 산림녹화사업으로 조성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나무들 키가 커서 정상에서도 우정읍 전경이나 화성호와 서해바다를 볼 수 없었을 텐데 3층짜리 정자가 있어 주변 경관을 훤히 볼 수 있었다. 꼭대기에는 1919년 3.1 만세운동의 역사가 아주 촘촘하게 정리되어 있다. 건너편 조금 낮은 봉우리와 함께 쌍봉이라 불리고 둘레길이 2km정도라 노인이나 아이들도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내려와서 안내판을 보게 됐는데 쌍봉산의 내력이 여러 가지여서 재미있었다. 이 지역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 여러 가지 이야기를 이 산의 전설과 내력으로 꾸며놓았다. 높이에 비해서는 좀 무거워 보였지만 친근한 내용들이어서 재미있다. 이 곳까지 오가는 길은 기아자동차 화성 공장이 가까운 탓에 ‘기아자동차로’, ‘기아자동차아파트’까지 울산의 ‘현대’ 정도는 아니지만 재벌의 브랜드가 넘쳐난다. 연대 투쟁하러 여러 차례 지나다녔지만 등산할 줄은 몰랐다.

 

하산한 뒤 가까운 매향리를 찾았다. 20여 년 전 매향리 농섬은 한국전쟁과 함께 50년 동안 미군의 폭격장이었다. 당시 주민들의 처절한 투쟁이 있었다. 전국에서 연대투쟁을 벌일 때 여러 차례 함께 한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미군의 폭탄 잔해를 전시해 놓은 매향리 평화역사관으로 자리하고 있다.

 

마침 당시 주민대책위원장으로 온 몸으로 투쟁에 앞장섰고 지금은 매향리 평화마을 건립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만규씨를 만났다. 매향리 미군 폭격장은 사라졌지만 한반도와 지구의 어느 곳에는 여전히 죽음의 제국주의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평화를 향한 투쟁은 멈출 수 없다.   ■

 

 

 

 

Comment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