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늦은 시간 파주 광탄에 있는 금병산을 향했다. 최근 월롱산, 비학산에 이어 파주지역 산행 중이다. 네비를 따라가니 산 아래 레미콘 공장이 나오고 조금 올라가니 목적지라고 한다. 차를 세우고 임도가 있길래 무작정 따라갔다. 걸어가는 도중에 푸른(초록?)뱀이 스르르 풀숲으로 사라진다. 오후 늦은 시간이고 아무도 없는 산이라 으스스하다.

임도가 끝나고 등산로로 이어지지 않아 결국 능선을 바라보며 나무숲을 헤치고 올라간다. 조금 오르다 보니 감자기 “푸드득”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꿩 암수(장끼,까투리)가 날아간다. 내가 훼방꾼이 된 모양이다.

바람도 불지 않는 더운 날씨인데다 숲을 헤치며 능선을 오르다 보니 땀이 줄줄 흐른다. 정상 가까이 가니 밧줄도 보이고 희미하지만 등산로도 나타난다. 산 아래에서 볼 때는 나무가 베어지거나 산을 깎은 모습이었는데 금빛 바위가 절벽이 이루고 있다.

거기서부터 50m 더 가면 정상이라는 표시가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누렁뱀이 바위에 또아리를 틀고 있다. 등산객이 많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라 더 자연적이다. 정상에는 정자가 있고 정상(294m)을 알리는 조그만 표지석이 서 있다. 아무도 없다.

    

파주시 문화관광 금병산(錦屛山) 소개를 보면 “조선 영조가 생모 최숙빈의 묘지를 찾아 소령원에 왔다가 말구리재에 올라서 ‘앞에 보이는 저 산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자, 신하가 ‘낙엽이 떨어져 나간 형상을 하고 있다 해서 풍락산‘이라고 하자, 영조는 ‘금으로 병풍을 친 것 같으니 앞으로는 금병산으로 불러라’고 했다 한다. 금병산 남쪽 마을 도마산동(都馬山洞)을 따서 도마산(都馬山)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도원수(都元帥)가 천병만마(千兵萬馬)를 거느린 형국이라 한다.

이런 설명이 없었으면 서해안에서는 약간 높은 산이지만 산악지대인 우리나라 산세로 보면 낮은 산이고 특별히 멋있는 산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정상에 올라서 보니 백운대를 비롯 삼각산이 몸체를 숨긴 채 고개만 삐죽 보이는 데 정말 멋지다. 운무가 끼지 않았으면 주변의 여러 경치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늬웃늬웃 해가 서쪽으로 지고 있다. 내려오는 길은 익숙해져서 금방이다. 한참을 달리다 한강 하구로 흘러가는 공릉천으로 내려가 석양도 바라보고 손도 담가본다. 갈대와 풀이 무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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