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사산(四山)은 서쪽 인왕산(338m), 남쪽 남산(목멱산, 262m), 동쪽의 낙산(125m), 북쪽의 북악산이 주산(主山)이라 한다. 3일 전 태백산을 다녀 온 터라 오늘은 가볍게 등산하는 셈치고 북악산으로 향했다. 윤동주문학관 건너편인 창의문에서 출발했다. 서울성곽에는 4대문과 그 사이 4소문을 두었는데 창의문은 서대문과 북대문 사이 북소문(北小門)이다.

창의문안내소에서 표찰을 받아 목에 걸고 산행을 시작했다. 광화문에서 보면 청와대 뒷산으로 뾰족해 보이는 데 역시 가팔랐다. 돌고래쉼터-백악쉼터-백악마루(백악산)-청운대(293m)-곡장-촛대바위-숙정문-말바위-와룡공원- 혜화문까지 서울도성을 따라 약 6km 정도 걸었다. 아주 오래 전 경호암까지 간 적은 있지만 오늘의 산행은 새로움과 함께 즐거움이 있었다.

족도리봉- 향로봉-비봉-사모바위-승가봉-문수봉-보현봉-형제봉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북한산을 조망하기에 딱 좋았다. 서쪽으로 보이는 인왕산과 안산의 모양 또한 달라 보여서 새로운 풍경이었다. 멀리 불암산과 수락산, 망우산과 용마·아차산, 청계산과 관악산 그리고 서울도심을 껴안은 남산까지 서울의 주산에서 보는 풍경이 남달랐다.

 

2007년, 2020년 순차적으로 추가 개방된 서울도성의 아름다운 성벽과 등산로를 따라 걸으며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북악산 정상이 청계천 발원지라는 점, 한양도성 전체 길이는 18.6km이고 현존하는 전 세계 도상 중 가장 오랫동안(1396~1910년, 514년) 성의 역할을 다한 건축물이라는 점 등 표지판 해설도 볼 수 있었다. 일요일을 맞아 북악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성곽의 역사와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풍광을 즐기고 있었다.

도성은 한성부 경계 표시, 왕조 권위 상징, 외부 침략을 막기 위한 성인데 전국에서 장정 12만 여명이 동원됐다고 한다. 그런데 지나가던 어떤 일행이 성에 대해 말하길 조선왕조는 한양도성을 사이에 두고 외세와 전투를 벌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궁궐을 버리고 도망갔다는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성곽의 지배세력들 대부분은 외세의 침략이 아니라 내부의 부패와 분열로 멸망했다.

정상에서 투쟁지지연대 인증샷을 찍는다. 부당해고 기아차 내부고발자 박미희 2838일,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2429일,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 2077일, 대우조선해양 청원경찰 711일, 원직복직! 암환자들이 418일째 삼성생명 건물에 갇혀 있습니다! 약관대로 암입원보험금을 지급하라!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평온하고 아름답지만 인간세상은 언제나 복잡하다, 오늘날 자본주의 세상은 착취와 수탈 그리고 탐욕이 넘쳐난다. 구사대부와 신진사대부로 나뉜 채 썩은 냄새를 풍기며 싸움판을 벌이는 정치권력은 가증스럽게도 노동자 민중들을 편 갈라 줄 세우기를 하려 한다.

삼선교 방향으로 내려오면서 성곽 멸실 구간이 늘어난다. 일부 남은 잔해는 교회나 개인 건축물의 담장으로 쓰이고 있을 정도다. 한양도성의 동북쪽 문인 혜화문(처음에는 홍화문이라 불림)에 도달했지만 다시 낙산으로 이어지는 성곽은 큰 길에 잘려나갔다. 마침 삼선교에서 25년 전인 1996년 2월 28일 민주노총 현판식을 했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을 배경으로 지난 이야기를 하면서 동영상을 찍었다, 그 당시 유명한 국시집이 아직도 있어 들렀는데 그 때 그 맛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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