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금] 학교급식노동자의 절절한 외침에 함께하자!

 

 

글: 한승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조직국장)

 

 

 

한국의 무상 급식, 세계 최고 수준?

시행 초기 재원, 무상 유·무 등 많은 시행착오와 문제들이 있었지만, 현재 학교 집단 급식(이하 급식)은 모든 학생에게 위생적이고 좋은 영양의 식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학교 복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급식을 먹기 위해 학교에 온다는 학생도 있을 정도이며,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 조사에서는 학교의 모든 사업 중 항상 1, 2위를 다툰다.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에 힘입어 전 세계의 언론에서 대한민국의 급식이 최고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토록 순항하고 있는 급식이 누구의 노동으로, 어떤 고통을 담고 우리 앞에 오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는 것 같다. 10년간 문제없이 운영되는 것처럼 보였으니, 앞으로도 점심시간이 되면 변함없이 내 앞에 와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일까?

 

 

급식의 교육적 · 공공적 가치

급식은 전면 무상급식이라는 점에서 가장 잘 드러나듯, 교육적이고 공공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그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역시 식생활의 공공성이다. 국민의 건강을 바람직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균형잡힌 식사와 적절한 운동이다. 특히 균형잡힌 식사는 어린 시절부터의 식습관을 통하여 습득하여야 한다. 학교에서 어린 시절부터 채소와 야채류의 식단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익숙하게 만들어야 흔히 이야기하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육식 위주의 식단은 기후위기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소와 돼지, 닭의 대규모 사육과 도축으로 인한 탄소 발생은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으며 이는 반드시 국가적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이다. 학교에서부터의 식습관 개선이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현재의 급식 정책은 그러한 고민을 하고 있을까? 학교는 매 학기 혹은 매월 학생에게 급식 만족도 조사를 하고 그 결과는 대동소이하다. 튀김과 볶음, 육류메뉴 선호가 항상 최상위권이다. 심지어 경기도는 카페테리아 급식 시행까지 계획하고 있다. 뷔페식으로 급식을 조정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그야말로 급식에 대한 교육적, 공공적 가치를 아예 무시한 발상이다.

 

 

여기도 사람이 있다!

급식의 교육적, 공공적 성격을 고민할 때 또 한가지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급식노동자의 노동환경이다. 학교 급식은 매년 산업재해가 평균 800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2021년에는 전 년 대비 60%나 급증한 1,200건을 기록했다. 작년에 이슈가 되었던 폐암 산업재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교육부 및 17개 시·도교육청에 55세 이상 학교 급식실 근무자 또는 급식 업무 10년 이상 종사자를 대상으로 저선량 폐 CT(컴퓨터 단층촬영) 촬영을 하고 있는데 전국 검진 대상자 4만8446명 중 이상소견자는 1,748명(29.3%)에 달했으며, 61명은 폐암 의심소견을 받았다. 급식노동자의 배치기준도 문제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급식노동자는 한 명이 평균 120명의 급식을 조리한다. 타 공공기관에 비하면 2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이는 근·골격계질환(회전근계파열, 손목터널 증후군 등)의 핵심적인 이유로 여겨진다. 근·골격계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 또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교육청은 산업재해가 증가 이유가 산업재해 교육이 활발해짐에 따라 산재신청의 빈도 증가 때문이라는 어이없는 답만 늘어놓으며 당장 개선은 어렵다 한다. 하지만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들이 말하는 ‘천천히 개선하자’는 것은 결국 ‘천천히 죽이자’는 말과 같다.

 

 

급식노동자가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급식노동을 하려는 노동자들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현재 일하고 있는 급식노동자의 평균연령이 50대가 넘어감에 따라 향후 10년 이내에는 정말 사람이 없어 급식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예측하기도 한다. 급식노동자는 5년 이하 노동자의 이직률이 매우 높은데, 이직 사유를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제 병들고 다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열악한 배치기준으로 인한 노동 강도가 첫 번째 원인이라면, 두 번째 원인은 방중에 무급 상태로 방치되는 저임금 때문이다. 학교에서 일하는 타 직군(교원, 공무원)과 다르게 방학에는 그야말로 일시적 실직상태가 되는 것이다. 급식조리노동자는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직업이다.

 

 

학교급식노동자들의 절절한 외침에 함께하자!

현재 학교급식은 중대한 기로점에 서 있다. 급식의 역사가 10년이 지나며 처음 사업을 추진할 때의 뜻은 점점 퇴색되고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환경이 낙후되고 있으며 종래에는 급식실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학교급식실 정상화와 산업재해 추방을 위한 경기도민대책위원회가 발족 될 예정이다 . 윤석열 정부와 기획재정부는 학령 인구감소로 인한 교육재정 축소만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 종착점은 교육의 질 하락은 물론 학교급식의 미래를 뒤흔들게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10년 넘게 지켜왔던 급식의 토대와 골조가 아무도 모르게 무너지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학교급식실 정상화와 산업재해 추방을 위한 경기도민대책위원회는 그러한 급식의 몰락을 막기 위한 발걸음이다. 급식의 교육적, 공공적 목적을 지키는 투쟁이다. 그리고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한 절실한 외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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