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나누기] 건설노동자로 살아가기

 

 

글 – 주형우(노동당 안산지역위원회 위원장)

 

 

“일 하고 있어요?” “어디서 하고 있어요?” 건설노조 조합원들 안부인사다. 보통은 잘 지내냐고 물을텐데 건설노동자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안부인사가 이랬던 것 같다. 아파트를 무작정 때려지어 일이 많던 박근혜, 문재인 정권 시기에도 인사는 이랬는데, 요즘은 안부 묻기가 참 민망하다.

 

건설노동자들은 지금 많은 악재들이 겹쳐있다. 윤석열이 공안탄압을 지속하면서 노동조합의 교섭과 고용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노동조합의 고용이 줄어드니 건설노동자의 일당과 노동조건이 전국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서울을 제외하고는 올라가지 않자, 공사를 멈추는 현장들도 생겨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9월 9일 지하층 공정이 거의 마무리되어 일이 끝났다. 일이 끝나기 몇 주 전부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당, 일하는 시간 상관없이 일을 할수만 있다면 다행으로 생각하고 다음 일을 찾아야 한다.’ 같이 일하던 대부분이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17명의 같은 팀 사람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다른 현장으로 갔다. 낮아진 일당과 악화된 노동조건을 감수하면서, 먹고 살길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금의 악재들을 견딜 수가 없다.

 

그런 와중에 추석이다. 건설노동자 임금체불의 명절 추석. 뿔뿔이 흩어져 일하고 있는 동지들이 걱정되고, 명절을 감옥에서 보내고 있는 우리 동지들이 생각난다.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버티면서 동지들을 챙기고, 다시 한번 건설자본에 칼을 들이밀 준비를 하자. 다가올 겨울에는 얼어붙은 건설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을 녹일 따듯한 소식들이 들려오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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