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세연(경기도당 공동위원장)

 

 

1998년 IMF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사정위원회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악법인 파견법이 지난 7월 1일로 25년이 되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즉 파견법은 “불법파견을 합법화하여 뿌리 뽑고 파견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제정되었다. 하지만 ‘보호’는 명분일 뿐 자본의 요구인 노동시장유연화를 위한 제도일 뿐이다.

 

근로기준법은 직접고용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1961년 ‘직업안정법’이 제정되었고, 간접고용은 철저히 제한되어 왔다. 파견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불법적인 간접고용, 중간착취인 파견근로는 존재했으나 이는 처벌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경제위기를 이용해 제정된 악법인 파견법으로 인해 노동자를 업체에 파견하고 그 수수료를 떼어먹는 ‘사람장사’가 합법화되고 시장은 점점 확대되었다.

 

파견법 제정 이후 노동자들의 권리는 심각하게 침해당했다. 파견근로관계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노동자들의 고용관계는 복잡해졌다. 또한 임금저하, 근속기간 단축, 퇴직금 상실 , 산재 시 보상신청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파견법은 2년 이상 일하면 원청이 직접 고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하청업체만 바꿔가면서 여전히 파견노동자로 살아가며 중간착취와 주기적 해고에 시달리고 있다. 노무현 정부시절이던 2006년에는 파견관계를 허용하는 업종을 기존 26개에서 32개로 확대되었다.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종에까지 불법파견노동이 만연하기 때문에 파견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합법화시켜서 제도적으로 보호하겠다는 명분이었지만 이는 결국 간접고용을 만연하게 만드는 제도적 틀로서의 역할을 했을 뿐이다. 직접고용 되어야 할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파견을 합법화해서 노동조건과 삶의 질을 하락시킨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제 파견법을 개악하려고 하고 있다. 파견허용대상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려고 했던 이명박정부, 4, 50대 노동자들의 파견을 허용하고 뿌리산업에 파견을 확대하려 했던 박근혜 정부 등 파견법 개악시도는 계속되어 왔다. 이런 시도들은 대부분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막아냈지만 파견법 자체는 여전히 간접고용을 양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해외 자본의 투자를 위해 그리고 자본의 더 유연한 활동을 위해 낡은 노동법제를 ‘현대화’하겠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 32개 업종에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파견을 넓게 허용하고, 자본이 불법파견 시비에 시달리지 않고 간접고용 형태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7월 4일, 정부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파견제도 선진화’의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의 의도는 ‘노동자의 권리보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자본의 의지가 반영된 자본중심의 제도변화일 뿐이다.

 

 

그런데 개정이든, 개악이든 파견법으로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파견제도의 본질 자체가 자본의 유연한 인력활용이 목표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노동자의 권리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 파견법 25년의 역사 속에서 ‘불법파견’을 주장하며 정규직 노동자의 지위를 확인하는 과정이 계속되었다. 불법파견 투쟁의 경험들은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를 찾아나가는 과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파견법이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노동운동 안에서조차 인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파견법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수단이고, 파견업체의 중간착취를 허용하는 악법중의 악법으로 폐기해야 할 법이다. 파견법 개악저지투쟁을 넘어 파견법 폐기로 나아가자. ■

 

*참고자료 : <월담의 노동it수다>17회 – 파견법의 문제점과 파견천국 반월시화공단의 오늘과 내일(단원 FM)

20230706 월담의 노동 IT 수다 17회 불법파견실태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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