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침] 방영환 열사가 우리에게 남긴 몫

 

 

글 : 세연(노동당 경기도당 공동위원장) 

 

 

‘택시 완전월급제 쟁취’를 외치며 방영환 열사가 분신하고, 끝내 운명한 지 한 달이 넘었다. 가장 소중한 생명까지 바쳐가며 열사가 외쳤던 ‘택시 완전월급제’는 무엇이고, 택시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2017년 9월 4일, 김재주 택시노동자가 전주시청 앞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악행인 사납금제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택시 월급제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라는 것이 요구사항이었다. 사납금제는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이 매일 회사에 납입하는 일정 금액의 돈이다. 하루 15~20만원에 달하는 사납금을 제외하고 남은 운송수입금이 택시 노동자 그날의 수입이다. 하루에 번 돈이 사납금을 미달하면 그 부족분을 택시 노동자가 채워야 하고, 몸이 아파서 일을 쉬어도 사납금은 내야 한다. 그래서 택시 노동자들은 사납금제도를 노예제도라고 부른다. 노동자들은 그날의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과속과 난폭운전을 하게 되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사업용 차량 중 교통사고 발생율과 사망사고율이 가장 높은 것이 일반택시인 이유다. 이런 현실에서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택시 노동자들에게 ‘택시 완전월급제’는 오래된 숙원이다.

 

 

사납금제는 불법이다. 1997년 9월 1일 시행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운송 사업자는 운송 수입금 전액을 운수 종사자에게 받아야 하며, 운수 종사자는 운송 수입금의 전액을 운송 사업자에게 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 역시 2000년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시행요령’을 발표해 이미 법적 근거를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법인택시 사업주들은 사납금 징수 구간을 일 단위에서 월 단위로 확대하고 ‘운송수입 기준금’으로 기존 사납금제의 이름만 바꾸는 식으로 택시 현장에서 변형 사납금제를 존치해 왔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전주시청 앞 고공농성을 택했던 김재주 택시 노동자는 ‘세계 최장의 고공농성’인 510일 농성 끝에 국토교통부의 제도적 보완을 약속받았다. 정부여당은 2019년 8월 여객자동차운수법과 (주 40시간 월급제를 보장하는) 택시발전법 개정을 통해 택시 월급제를 강행하는 규정을 명문화했다. 이때 개정된 택시발전법 11조 2의 내용을 보면 택시 노동자 임금 지급의 기초가 되는 간주근로시간을 적용할 때 주 40시간 이상을 정해야 한다. 택시 노동자에게 최소한 주 40시간 이상의 기본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이 법 조항의 제정취지인 것이다. 하지만 부칙이 있었다. 이 부칙을 보면 서울시만 2021년 1월 1일부터 우선 적용하고, 나머지 지역들은 공포일(2019년 8월 25일)로부터 5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울시 시행 성과, 매출액, 근로시간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날에 시행한다고 되어 있다. 택시 노동자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양산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 만든 법이지만 이 부칙에 의해 전국의 택시 사업주들은 ‘도로 사납금제’나 다름 없는 ‘무늬만 월급제’를 양산하게 되었다.

 

 

그래서 또 다시 택시 노동자가 고공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이었다. 2021년 6월 6일, 택시 노동자 명재형씨는 택시발전법 11조 2의 전면시행을 요구하며 망루에 올랐다. 356일간의 고공농성 끝에 국토교통부는 택시완전월급제 전국 시행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작하고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합의했고, 2022년 5월 27일 명재형 택시 노동자는 땅을 밟을 수 있었다. 하지만 택시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시기 매출감소를 이유로 택시자본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운행 대수는 줄었지만 대수 당 매출은 오히려 늘어났다. 사업주들이 사납금과 기준금을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또한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경쟁력을 잃은 택시업계는 불황을 겪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올해 2월 서울 택시 기본금을 크게 올렸지만, 택시 노동자들의 현실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택시자본이 택시 기본요금 인상에 맞춰 사납금을 다시 인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택시발전법 11조 2를 위반하면서 택시 노동자들이 주 20시간 일하는 것으로 고용계약을 해서 기본급을 100만원 이하로 지급하고 있다. 택시 자본이 택시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짜내 자신의 배를 불리는 현실이 되돌이표처럼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희생자는 택시 노동자들이다. 현장을 바꾸기 위한 치열하고 끊임없는 투쟁을 진행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방영환 열사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현실을 바꾸기 위해 투쟁했다. 사측과 손잡고 택시 노동자의 고혈을 짜내는 어용노조에 맞서 민주노조를 건설해서 사측의 부당함에 저항했다. 그 과정에서 부당해고를 당했지만, 투쟁을 통해 결국 복직했다. 복직 후에도 부당한 근로계약을 거부하며 투쟁을 계속 했고, 결국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더 큰 투쟁의 불씨가 되었다. 택시 자본의 불법을 막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제대로 된 현장감독과 처벌을 통해 온전한 택시완전월급제를 시행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택시노동자들의 투쟁만으로는 힘이 부족하다. 지난한 투쟁의 과정에서 53명의 택시 열사가 희생되었다. 방영환 열사가 마지막 열사가 되어야 한다. 방영환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자! 더 큰 사회적 연대와 투쟁을 조직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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