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침] 에너지기본권을 약탈하는 민영화가 다가온다

 

 

글 – 세연(노동당 경기도당 공동위원장)

 

 

지난 1월 2일 한국전력의 김동철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한전의 적자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공기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국민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한전의 민영화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김동철 사장이 민영화의 좋은 예로 든 이탈이아의 ‘에넬’은 1999년 민영화 이후 2022년 54억 유로(한화로 약 7조 7,818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냈지만 이로 인해 이탈리아 국민들은 엄청나게 비싼 전기료를 감내해야 했다. 이탈리아는 2015년 이후 7년동안 전기료가 12배 이상 올랐고, 현재 유럽에서 전기료가 가장 비싼 나라다.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민영화정책은 서민용 요금의 대폭 인상으로 귀결되었다.

 

또한 지난 1월 9일에는 ‘국가자원안보특별법’이라는 이름의 ‘가스민영화법’이 보수양당의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에너지수급에 대한 불안한 정세를 이유로 석유, 천연가스, 광물, 신재생에너지 부품 등을 국가핵심자원으로 삼고, 이에 대한 비축과 공급, 긴급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법이 에너지재벌에 비축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그들의 숙원사업이었던 가스소매판매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점이다. 국민의 에너지기본권과 돈벌이를 맞바꾼 것이다. SK E&S, GS EPS, 포스코에너지와 같은 민간가스직도입사들은 23년도 3분기 누적 영업익만 2조172억을 벌어들였다.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에게 12조원의 빚더미를 안기고, 지난 2년간 전국민의 난방비를 46%나 인상한 결과다. 여기에 더해 민간가스직도입사들이 소매판매까지 하게 되면 국민의 에너지기본권이 치명적으로 침해당하게 된다.

 

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민간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돈벌이를 위해 수행하면서 ‘최저비용’과 ‘이윤’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초국적 금융자본과 대기업이 수조원을 넘나드는 금액의 행상풍력사업을 70개 이상 허가받았다. 재생에너지가 새로운 민자사업의 대상이 되면서 가장 중요한 사회기반시설이 민영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일자리는 기존보다 더욱 열악하다.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심각한 수준이다.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노동자들에게는 실직의 공포와 노동의 질 악화로 삶, 그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2022년 5월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한전을 비롯한 에너지공기업의 방만경영을 비판하고 적자문제가 이들 공기업 때문이라며 민영화 논리에 불을 지폈다. 한전사장의 민영화 발언 논란이나 ‘가스민영화법’ 통과 등은 이런 정부의 민영화 정책의 일환이다. 전력생산, 가스 직도입에서는 이전부터 대기업 등 민간기업의 참여가 이뤄졌으며, 전력의 송전 및 배전 등의 판매분야에서도 전력구매계약(PPA)의 도입, 에너지분산화특별법 등을 통해 민영화가 진행되어 왔다. 가스분야에서도 가스도입뿐만 아니라 소매판매까지 대기업의 진출이 이뤄진 상태가 되었다. 이렇듯 전기, 가스 등 한국의 에너지 시스템은 공영체제에서 민영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를 마쳤고, 이제 요금의 결정구조만 바꾸면 완전한 민영화시스템이 고착될 전망이다.

 

한국의 에너지 공급체계는 전기를 대규모로 소비하는 대기업에 대한 특혜로 가득하다. 반도체, 철강, 화학 분야의 대기업이나 호텔, 백화점, 물류센터 등 전기를 많이 쓰는 상위 0.4%가 국가 전체 전기의 60%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들은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받고 있고 또한 고전압이라는 이유로 추가할인까지 받는다. 이들에게 받는 전기료는 원가의 70%도 되지 않는다. 한전은 적자타령을 하면서 호시탐탐 민영화 기회를 노릴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가스분야 역시 대기업 민간 LNG발전소는 갖가지 특혜를 받으며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있다. 가스 구입시 시장가격과 가스공사 가격 중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다든지,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비싸게 팔고 산업용으로 소비하는 전기는 싸게 살 수 있다든지 등 민간 기업에 매우 유리한 시스템이 이미 정착되어 있다. 이런 시스템들이 국민의 에너지 공공요금을 약탈하며 가스공사와 한전의 적자를 누적시킨 결과를 낳고 있다.

 

가스, 전기 등의 에너지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필수재로서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이러한 에너지를 민영화하는 것은 단순히 요금인상만이 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분야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공공성 확대가 절박한 문제다. 탈탄소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계획 하에서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민간기업은 이런 산업정책적인 고려보다 당장의 이윤추구만을 집중할 것이 뻔하다. 이는 결국 기후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도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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