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침] 다른 내일은, 오늘의 문제를 말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화물연대 파업과 건설노조 탄압에 맞서

 

 

글 : 건수 (노동당 경기도당 집행위원)

 

 

사진: 노동과 세계, 김준 기자

 

 

화물연대 파업이 성과 없이 종료되었다. 이로써 화물연대 파업의 요구였던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는 실현되지 않았다. 22년까지 시행되던 안전운임제가 23년부터는 시행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부는 처음부터 안전운임제 연장 및 품목확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안전운임제는 쉽게 말해 화물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이다.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하여, 화물노동자들이 과적과 과속을 하지 않도록 하는 취지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것이 사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며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은 화물노동자 파업에 불법 딱지를 붙이며 명분을 더해갔다. 첫째, 화물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파업’이 아닌 담합이라는 것이다. 둘째, 운송거부에 잇따르는 운송장 점거 등의 쟁의행위를 문제 삼았다. 셋째, 경제위기 상황에서 물류노동자들의 파업은 경제위기를 심화시키는 이기적 행위라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힘든데, 국민경제를 볼모 삼아 파업을 한다며 대화조차도 거부했다.

 

그런데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이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따지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유가‧고금리‧저임금의 삼중고에 처한 화물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은 검사와 판사 간의 법적 공방을 통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초부터 강조한 법치주의는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없고, 정의 실현을 위한 수단 중 하나일 테다. 그런데 화물노동자들의 요구하는 정의라는 것은 저렴한 운송비(인건비)로 하루 평균 14시간이 넘는 과로 운송을 해야 하는 사회적 부정의에 대한 해결이었다. 이를 두고 파업 중 벌어진 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사태를 일단락 하려는 윤석열 정부에게 과연 정의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위기 국면에서 정권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해 노조 때려잡기에 혈안이 된 듯하다. 화물노동자 파업에 연대파업으로 동조한 건설노동자들이 그 다음 희생양으로 지목되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건설노조의 병폐를 뿌리 뽑겠다며 경남의 건설현장까지 찾아가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서 건설노조의 병폐란 건설사업주에게 조합원을 채용할 것을 요구하는 쟁의행위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위에 말한 쟁의행위는 건설노조가 건설사업자에게 단체협약을 채결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이다. 건설노조는 주로 단체협약의 요구 사항으로 조합원 채용과 적정 임금 보장, 단체협약 외의 임의적 연장근로 금지, 산업재해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한다. 윤석열 정부가 가장 문제를 삼는 것은 왜 노조가 채용을 강요하냐는 것인데, 마치 비조합원은 채용하지 못하게 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는 악의적 왜곡이다. 건설산업은 매우 위험하고, 다단계 고용구조 속에서 관리자의 임금 갈취, 임금 체불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노동조합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건설사업자와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통해서 공정한 고용을 보장하고, 그 외의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건설노조의 단체협약이 없다면 건설노동자들의 처우는 어떻겠는가? 그야 말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위험천만하고 억울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겠는가? 건설노조는 불법집단이 아니라, 법을 제대로 지키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 고물가‧고금리‧저임금 국면은 이제 시작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근본적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노동조합의 불법적 행태만을 문제삼으며 법치주의라는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오늘의 경제위기가 단순히 기업의 투자위축 때문이 아니라, 소수가 다수보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하는 불평등 구조라는 점은 망각한 듯하다. 이때 법치주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은폐하기도 한다.

 

무엇을 위한 법인가는 곧 무엇을 위한 정의라는 물음으로 연결된다. 이는 다시 정의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싸움의 장은 탄압으로 닫아버리고, 검사와 판사의 법적 공방 속에 모든 갈등을 우겨넣으려는 윤석열 정부의 어리석음은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까치 설날”도, “우리 설날”도 다 지나고 2023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운동 탄압으로 지지세를 불릴 작정이라면, 우리는 무엇으로 변혁의 지지세를 쌓아 올릴 것인가? 답은 분명하지 않지만, 시작은 분명하다. 무엇이 문제인가를 말하는 것이다. 가계부채 1000조,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1000조의 시대, 불평등과 독점이 문제라고 말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2023년 사회주의 운동, 무엇이 문제인지 말하는 것에서 시작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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