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다!

글: 건수 (노동당 경기도당 집행위원)

 

 

재난이란 무엇인가.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일상적으로 재난안전문자를 받았다. 재난이라는 무시무시한 말과 다르게, 우리에겐 재난은 ‘띵~’하고 울리는 알람 정도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그러한 데에는 코로나19라는 재난과 우리의 일상을 맞추는 것에 성공한 탓이 있다. 반면에 해일이나 지진과 같은 재난에는 우리의 일상을 맞출 수 없다. 그야말로 그것들은 죽음의 재난이다.

그렇다면 전세사기는 재난일까. 원희룡 장관은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이 아니라 많은 개인들의 비극일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전세사기가 재난이라고 생각한다. 전세사기가 재난인 이유는 우리의 일상과 전세사기를 맞춰가며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평생 모아온 돈을 한번에 잃어도 사회적 해결책도 없이 돈과 집을 잃어야 하는 전세사기에 우리의 일상을 맞출 순 없지 않겠는가.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다. 국가는 시민의 기본권인 주거를 시장에 내맡긴 채로, 자신의 삶을 담보로 한 거액의 빚을 지지 않고선 집을 구할 수 없는 전세제도 그 자체가 재난의 뇌관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비극적 죽음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국가는 개인이 개인에게 벌인 사기라는 식으로 제대로 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 이번에 통과된 특별법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지에서 곧장 퇴거되지 않도록 경매 유예 장치를 설치하거나, 대출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피해에 대한 국가적 보상과 같은 직접적 해결책은 누락되었다.

그 누구가 전세사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터무니 없는 사기로 평생 모은 돈을 잃거나, 아니면 평생 빚쟁이가 되어야 하는 이 재난에 우리의 일상을 맞출 수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를 사회적 재난이라고 인정하고, 국가적 대처를 통해 우리가 코로나19에 일상을 맞추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이라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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