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도원의 음악과 사회 핵과 전쟁 경고한 헤비메탈 두 곡

 

 

글: 나도원(음악평론가, 노동당 경기도당 공동위원장)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가 ‘일상적 사건’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도 전쟁터가 되었다.

 

 

 

1

 

 

핵발전은 언젠가 반드시 터질 시한폭탄이며, 언젠가 기어이 우리 가슴에 도달할 총탄이다. 핵의 평화적 이용이란 말 자체가 모순이며, 핵발전과 핵무기는 분리할 수 없다. 핵안보정상회의니 핵확산금지조약이니 하는 것들의 정체는 범죄자들이 모여 범죄확산을 방지하자는 공모에 불과하다. 따라서 반핵은 반전과 직결된다.

 

‘핵’을 소재로 반전을 강력히 설파해온 음악인들이 있는데 그들 중 하나가, 갑작스러운 등장을 의외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미국의 헤비메탈 밴드 메가데스(Megadeth)이다. 메가데스는 1980년대 이후 헤비메탈 음악의 중심에 선 스래시 메탈을 메탈리카(Metallica), 슬레이어(Slayer)와 함께 대표하며 한국에서도 여러 번 공연을 펼친 바 있는, 세계적인 밴드이다. 인지도 면에서는 전례 없이 무시무시한 상업적 성공을 이룬 메탈리카에 비하면 열세였지만, 그들에 필적할 수 있는 유일한 라이벌이었고, 지적인 메시지와 수려한 음악 기교는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메가데스는 1980년대에 발표한 앨범들인 《Peace Sells … But Who’s Buying?》(1986)과 《Rust In Peace》(1990) 등을 통하여 전쟁과 정치, 군산자본의 결탁을 비판했으며, 핵무기 경쟁을 맹렬히 성토했다. 1990년대에는 사냥 등을 반대하며 동물보호를 강조한 타이틀곡을 수록한 《Countdown to Extinction》(1992)으로 동물보호단체로부터 상을 받기도 한다. 조지 W 부시, 클린턴 부부, 딕 체니, 도날드 럼즈펠드, 콘돌라이자 라이스, 테드 케네디, 푸틴, 블레어, 슈뢰더, 아라파트 등을 등장시키는 앨범커버아트로 포장한 《The System Has Failed》(2004)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치 비즈니스 시스템과 보수정치 세력의 광기에 분노를 표했다.

 

 

히트송들 중 메시지로 주목받은 몇 곡만 거론하면 <Peace sells>는 반전을 상징하는 헤비메탈 곡이 되었고, 외계인 사건을 빗대어 권력 그 자체이자 도구이며 인간의 상하관계를 결정짓는 정보의 국가 독점과 통제를 직시한 <Hanger 18>, 뮤직비디오를 통해 미국 총기 문제를 다룬 <99 Ways to Die> 등이 있다. 미 보수세력의 대외정책은 물론 농업정책 문제까지 고민했던 가사는 한국에서도 쉽게 찾기 힘들 정도로 날카롭고 격하다. 특히 앨범 《Rust In Peace》는 종교분쟁, 핵무기, 참전군인 등의 소재와 정교한 연주로 가득한 명작이다.

 

(밴드의 리더인 데이브 머스테인Dave Mustaine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하고 힐러리에게는 절대 투표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트럼프 지지자로 비난받은 적이 있다. 마치 문재인 정권이나 이재명 대통령 후보를 반대하면 ‘2찍’으로 매도당한 것과 비슷한 분위기일 수도 있다. 민주당(민주당)에 실망하고 분노하여 반대하겠다고 하면 공화당(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이냐 답해보라고 강요당하는 상황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전적으로 옹호할 생각은 없다.)

 

 

 

Megadeth <Holy Wars… The Punishment Due> (2016년 라이브공연)

 

 


 

2

 

팔레스타인에서 무수한 생명이 죽어가는 오늘 되짚어본다. 그중 하나가 유럽의 실험적인 밴드 만투스(Mantus)가 2002년에 발표한 <Utopia>이다. 남매로 구성된 이 밴드의 장르는 엄밀히는 하위장르인 고딕 록/다크 웨이브로 분류되며, 이 곡은 의미 깊은 노랫말과 장엄한 선율이 인상을 남긴다.

 

“새로운 시대”, 그 이상이 “세상에 증오와 공포의 기운을 불어넣는다면” 우리를 “피를 바쳐 전쟁을 치르는 희생자들”로 만들고, 남겨지는 건 “강간과 살육의 대지와 죽음”이며, 결국 “사람은 없고 이상만이 남을 뿐”이라 노래한다. 삽입된 요제프 괴벨스(Joseph Goebbels)의 연설과 군중의 환호 그리고 코러스에서 반복되는 “Utopia”의 역설적 교차는 홍살문 위로 까마귀 떼가 날아오르는 풍경처럼 신성하면서도 불길한 무드를 만든다. 메시지를 처음 살펴보았다면 만투스의 국적을 떠올려보는 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독일이다.

 

 

그러나 이 노래 역시 특정 시대에만 국한되지 않기에 비극적이다.

오늘도 위치를 바꾸어가며 가자지구 등에서 재현 중이다.

 

 

Mantus <U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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