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 #11] 모스크바는 어땠니

[그 해 겨울 #11] 모스크바는 어땠니

모스크바는 어땠니 격랑은 갔다. 차르의 대관식은 열리지 않는다. 한때 이 도시는 몽상의 현신이었다. 코민테른의 수도요 제2 세계의 심장이었다. 노동자의 피에 눈물짓고 그들을 위한 세상을 궁구했던 사상가들이 여기 살았다. 깃발 밑에서 머리띠를 매고 목청을 소모한 투사들도 있었다. 러시아 민중은 그들에게 혁명의 완성을 청부했다. 윤전기와 전차와 … 더 보기 →
[그 해 겨울 #10] 비싼 수업료를 내다

[그 해 겨울 #10] 비싼 수업료를 내다

비싼 수업료를 내다 우리가 사흘을 묵게 될 아파트의 공동현관은 밖에서 자석으로 된 키를 대야 열렸다. 그 철문은 기차역에서 본 것처럼 무거웠지만, 닫힐 때의 마찰음은 없었다. 이끼 같은 녹색 페인트에 이따금 녹이 슨 듯 붉은 빛이 돌았다. 만지기만 해도 파상풍을 앓을 것만 같았다. 그 문을 … 더 보기 →
[그 해 겨울 #4] ‘첫 아침’

[그 해 겨울 #4] ‘첫 아침’

‘첫 아침’ 된소리 하나 없는, ‘눈보라’라는 말은 참 예쁘다. 낱말만 놓고는 휘몰아치는 눈이나 살을 에는 바람이 도저히 떠올려지지가 않는다. 기구한 운명처럼 변화무쌍한 사계를 타고난 한반도였다. 그럼에도 평화를 사랑했던 우리 선조들은 날씨에 부드럽고 예쁜 이름을 붙였기 때문일까. 그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추측건대, 그것은 남도의 어디쯤에 …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