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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노동자가 본 세상 #4] 하루 벌어 하루 살지 않아요


의정부 용현동의 작은 식당에서 대리운전 신청콜이 떴다. 스마트폰 앱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리더니 용현동~마석까지 2만원에 가란다. 식당에 도착하니 4~5명의 남자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장난친다. “마석이요!” 소리치자, “뭐요?”라며 앉아 있던 곱슬머리 사람하나가 퉁명스럽게 누구 대리시켰냐 한다. 행색으로 보니 건설 현장 노동자 같다. 보통은 손님이 가시려는 목적지를 부르면 기다리던 분들은 “예”하며 손을 들거나 몸짓을 한다. 그런데 그날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덕만이가 시켰나봐요!” 하고 젊은 남자가 말한다. 좀 기다리자 화장실에 갔던 남자가 술이 불콰하게 취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야, 덕만아! 대리 왔다”

      “마석 가시죠?”

      “아~ 나 대리 안 불렀는데” 하며 꽐라가 어디론가 가버린다.

      곁에 있던 곱슬머리가 “차가 없는데 웬 대리” 한다.

난감해서 식당에 들어가 물었다. 나이 지긋한 여주인이 “저기 밖에 있는 사람들이예요”하고 대답한다.

“아니라는데요?” 여주인이 밖에 나오며 “아닌데?”하고 말하자 한 쪽에서 마늘을 까던 60대 중반 아저씨와 오른쪽에 앉아있던 그 일행을 번갈아 보면서 “덕만 씨 어디 갔어?”하고 묻는다. “갔어요”, “아니 가면 어떻게 해? 대리기사님 오셨는데”, “차가 없는데 뭔 대리예요.” “아니 덕만 씨가 시켰어요. 대리 불러달라고” 그러면서 “수연아! 맞지?” 하고 재차 확인한다. 식당에서 상을 치우던 젊은 여자도 “네 불러달라고 해서…” 하며 말 끝을 흐린다.

짜증 섞인 목소리의 여주인은 “사람 갖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참~” 하면서 ” 덕만 씨 어디 갔어요?” 하고 일행한테 다시 다그쳐 묻는다. 곱슬머리가 짜증을 섞어 “아~ 갔다는데 왜 자꾸 불러싸요?” 하고 화를 내니 여주인도 목소리가 높아져서 “아,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또 그래” 하며 식당 쪽으로 몸을 튼다. 곱슬머리가 “아 씨발 더럽게 지랄이네” 하고 욕을 지껄이자 여주인은 “뭐? 너 이 새끼! 뭐라 했어?” 하고 지지 않고 받아친다.

      “차도 없는 놈이 뭘 불렀다고 그래요!”

      “내가 불렀어? 왜 나한테 성질이냐고!”

“덕만이가 불러 달라 해서 이 분이 오신 거잖아, 그리고 왜 욕을 해?” “누가 뭐 어쨌다고 성질을 부려요?” “뭐?” (나를 휙 돌아보고 나서) “이 사람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이야! 바쁜 분들 불러놓고 가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근데 왜 우리한테 지랄이냐고!” “뭐? 지랄? 술을 처먹었으면 곱게 마셔 지난번에도 시끄럽게 하더니만”, “이~ 씨발 식당이 이거밖에 없나?” “그래 그럼 다음부터 우리 집에 오지 마, 너희 같은 것들 안 와도 돼!”


접대가 피곤했음이 짐작이 된다. 여주인이 나를 돌아보며 미안한 표정으로 “어떻게 하죠? 미안해서… 차나 한잔하고 가셔”하고 권했지만, 나는 “괜찮습니다 바로 콜 취소할 게요”하며 돌아서려 했다. 곱슬머리가 성질을 내며 “그래 안 와!~ 맛도 더럽게 없고 씨발!” 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한쪽에서 조용히 마늘을 까던 우락부락 아저씨가 옆에 있던 뚝배기 재떨이를 들고서 “야! 너 뭐라 했어? 이 씨발노무 색끼가 보자보자 하니까”하며 곱슬머리를 내려치기라도 할 듯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자 곱슬머리 일행이 말리고 든다. 뚝배기 재떨이는 식탁 위로 날아가 떨어졌다가 땅위에서 박살이 났다.

      “야! 이 새끼야 곱게 처먹고 갈 것이지 왜 주정이야”

아내가 당하는데 가만히 있을 남편이 어디 있겠는가? 곱슬머리가 주눅이 약간 든 소리로 대거리를 한다. 여주인도 화가 덜 풀렸지 씩씩대면서도 신랑을 뜯어 말린다. 잠시 소동이 일더니 곱슬머리 일행은 성급히 자리를 뜬다. 식당이나 업소에서 대리콜을 부르는 경우 대개 손님 편을 들곤 하는데 이 여주인은 대리기사 입장에서 두둔하다 사단이 났다. 한편으론 고맙다. 다음에 가서 고기라도 팔아줘야겠다.

이모~ 근데…

대리기사 하루 벌어 이틀도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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