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 #4] ‘첫 아침’

[그 해 겨울 #4] ‘첫 아침’

‘첫 아침’ 된소리 하나 없는, ‘눈보라’라는 말은 참 예쁘다. 낱말만 놓고는 휘몰아치는 눈이나 살을 에는 바람이 도저히 떠올려지지가 않는다. 기구한 운명처럼 변화무쌍한 사계를 타고난 한반도였다. 그럼에도 평화를 사랑했던 우리 선조들은 날씨에 부드럽고 예쁜 이름을 붙였기 때문일까. 그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추측건대, 그것은 남도의 어디쯤에 … 더 보기 →
[그 해 겨울 #3] 연해주의 밤

[그 해 겨울 #3] 연해주의 밤

연해주의 밤 남학생들보단, 여학생들로 북적이던 오전이었다. 이미지 사진을 주업으로 하는 번화가의 ‘스튜디오’가 으레 그렇듯이. 모두 증명사진이 필요했다. 한 녀석은 만료 직전의 여권을 갱신해야 했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는 여권을 처음 만들었다. 사진을 잘라주던 직원이 “같이 여행 가시나 봐요.”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아셨어요… 라고 되물으려다 … 더 보기 →
[그 해 겨울, 유라시아 횡단기 #2] 출발

[그 해 겨울, 유라시아 횡단기 #2] 출발

그 날은 유독 길었다. 많은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긴 하루였다. 새벽 세 시에 잠을 깼기 때문이다. 전날 저녁은 장어구이였다. 비싸서 어지간한 외식에는 못 먹던 장어를 아버지는 굳이 사주셨다. 보신탕 같은 음식을 먹고 들어오는 날엔 우리 부자는 유독 개운히 잘 수 있었다. 몸에 좋은 걸 … 더 보기 →
[그 해 겨울, 유라시아 횡단기 #1] ‘결의’

[그 해 겨울, 유라시아 횡단기 #1] ‘결의’

듣는 이를 설레게 하기에 해외여행의 경험은 이제 너무 흔해졌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순진한 초심자의 가슴엔 지나온 여정이 왜 이리도 생생한지요. 어설픈 이방인이 처음 겪은 3주간의 유럽을 흔치 않은 속내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추웠던 그 해 겨울,  블라디보스톡발 모스크바행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떠난 유럽 여행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한때 일요일만 …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