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원의 음속여행 ’90 #2] 오래전 석촌호수와 청춘노동 (1992-1993)

[나도원의 음속여행 ’90 #2] 오래전 석촌호수와 청춘노동 (1992-1993)

        “아저씨, 그게 뭐에요?” 내달리던 자전거가 바퀴에 브레이크 거는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멈춰 섰다. 앞서 지나간 아이들까지 불러 세우더니 다짜고짜 물었다. NHK가 1980년대에 제작한 <대황하>는 훌륭한 역사기행 다큐멘터리인데, 그 사운드트랙으로 유명해진 오카리나 음악인 소지로를 좋아해온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두 개의 오카리나를 구했다. 가끔 한적한 밤까지 … 더 보기 →
[나도원의 음속여행 ’90 #1] 1990-1991년과 올겨울 사이에 놓인

[나도원의 음속여행 ’90 #1] 1990-1991년과 올겨울 사이에 놓인

시골에서 자라 서울에 온 이후, 청소년기 첫 단짝은 대갈이었다. 혜화동에서 강동중학교(지금 송파중학교)로 전학 온 대갈이, 등하굣길에 소주병을 숨겨두고 함께 마신 우간다, 이렇게 셋은 같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소주 병나발을 불기도 하고 밤새 라디오를 틀어놓고 놀다 아침에 방송되는 음악에 맞춰 국민체조도 했다. 나중에 우간다는 목포로 … 더 보기 →
개가 죽은 날

개가 죽은 날

1991년 4월 28일 그 날은 아마 밤을 새우다시피 했을 겁니다. 일요일을 기다렸고 밤을 새우고도 초췌한 모습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나이였던 덕에 상쾌하게 파란 새벽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아침엔 의식처럼 ‘어떤 날’ 1집을 들었으며 전날 정해둔 연분홍 남방과 하늘색 청바지를 입고 거울을 보며 흡족해 하기도 했습니다. … 더 보기 →
[단편소설] 레시피 -下

[단편소설] 레시피 -下

<그 해 겨울, 유라시아 횡단기>를 연재하고 있는 이용규님의 단편 소설 「레시피 」를 上, 下 편으로 나누어 게재합니다. 초여름에서 겨울까지, 엄마를 떠나보내는 시간을 담담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엄마의 삶은 소담하지만 맛있고, 비슷한 듯 하지만 저마다 다른 내용을 품고 있는 레시피처럼 그렇게 ‘나’에게 아로새겨집니다. 천천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 레시피 … 더 보기 →
[단편소설] 레시피 -上

[단편소설] 레시피 -上

<그 해 겨울, 유라시아 횡단기>를 연재하고 있는 이용규님의 단편 소설 「레시피 」를 上, 下 편으로 나누어 게재합니다. 초여름에서 겨울까지, 엄마를 떠나보내는 시간을 담담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엄마의 삶은 소담하지만 맛있고, 비슷한 듯 하지만 저마다 다른 내용을 품고 있는 레시피처럼 그렇게 ‘나’에게 아로새겨집니다. 천천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 레시피 … 더 보기 →
[엽편소설] 바이바이(buy-bye)

[엽편소설] 바이바이(buy-bye)

  이 짧은 소설은 2010년 1월에 어느 웹진에 실렸으나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예상은 빗나갔다. 선택형 자살약 바이바이(buy-bye)의 시판이 허용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시판 직후부터 바이바이는 연일 판매량을 갱신했다. 바이바이의 성공은 무엇보다 자살성공률에 따라 세 종류의 제품으로 나누어 판매한 데에 있었다. 각각 성공률 100퍼센트, … 더 보기 →
‘굿바이 알루미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을 추모하다

‘굿바이 알루미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을 추모하다

2017년 11월 6일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세상을 떠난 지 7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그 해 겨울, 유라시아 횡단기>의 필자 이용규님께서 달빛이 된 요정을 추모하는 글을 보내오셨습니다. 그의 생애와 음악을 기리는 마음으로 웹진 이-음에 게재합니다. 굿바이 알루미늄 2017.11.06 우리의 날들에는 품질보증서가 없다. 다만 그 고저(高低)는 오후 여섯 시에 보인다. 누군가는 … 더 보기 →
예술인복지법의 사각 – 공생의 길을 찾아

예술인복지법의 사각 – 공생의 길을 찾아

  큰 산업, 작은 예술 산업의 규모는 커져도 노동자들의 처우와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구성요소들은 무너져도 산업은 성장하는 양태는 우리사회 각계에서 공히 찾아볼 수 있다. 문화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전체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상당수 종사자들과 예술인들은 본업과 무관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문화산업 종사자 … 더 보기 →
꽃을 건네고 팔 벌려 안는 사람들에 관하여

꽃을 건네고 팔 벌려 안는 사람들에 관하여

바질에게 분갈이를 해주고 오랜만에 미용실에 들렀다. 상가 건물의 북향 점포에 입주해 있어 1년 내내 볕이 들지 않는 이 가게의 이름은 ‘해바라기 미용실’이다. 중년 사내가 머리를 맡기고 멀뚱히 앉아 있는 동안 테이블에 놓여있던(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신문을 뒤적였더니, 소비․금융자본주의 시스템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논설이 인쇄되어 실려 있었다. 이 신문에도 … 더 보기 →
[창간축하] 이성(理性)과 헤어지면 찾는 음악

[창간축하] 이성(理性)과 헤어지면 찾는 음악

외모와 달리(?) 술꾼으로 소문난 데다 음악까지 좋아하니 음주와 음감은 일상이나 마찬가지였다(과거형이며 가무는 절대 포함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해서 취중에서 찾는 노래를 열곡만 고르기란 한 해 동안 맥주를 열병만 마시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실은 앉은 자리에서 그 정도 이상은 마신다). 물론 음악-바에서 막상 신청곡을 쪽지에 적으려고 볼펜을 들고나면 어찌된 …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