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 #9] 잿빛 도시

[그 해 겨울 #9] 잿빛 도시

잿빛 도시 못난 마음이 안으로 향하고, 그 껍데기를 열등감으로 감싸는 부류의 인간이 있다. 그런 이들은 보통 스스로의 모양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탄로 나는 것을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말이 많은 사람은 흔히 사교적인 사람이라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분명, 결코 잘나지 않은 속내를 … 더 보기 →
[그 해 겨울 #8] 어영부영

[그 해 겨울 #8] 어영부영

어영부영 여행을 왜 다녀왔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그러면 나는 으레 ‘재수를 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로 시작하는 길고 지루한 얘기를 한다. 물론 알고 있다, 그게 궁금해서 물어본 게 아닐 거라는 것을,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궁색한 대답이라는 것을. 한 번도 대한 적은 없지만, 여행에서 뭘 얻었느냐고 … 더 보기 →
[그 해 겨울 #7] 별들 많던가요?

[그 해 겨울 #7] 별들 많던가요?

   별들 많던가요? 유럽을 다녀온 이후 여행 이야기는 나의 주된 레퍼토리로 편입되었다. 물론 ‘1회, 22일’이라는 해외여행 누적 스탯은 누구와 견줘도 빈곤한 편이라는 걸 서서히 깨달아야 했지만. 어쨌든 시베리아를 다녀왔다는 얘기를 하면 썩 괜찮은 반응이 돌아오고는 한다. 자세히 들어보면 시덥잖은 소리를 매번 늘어놓다, 언젠가 받았던 … 더 보기 →
[그 해 겨울 #6] 잠시 서행(西行)을 멈추고

[그 해 겨울 #6] 잠시 서행(西行)을 멈추고

잠시 서행(西行)을 멈추고 겨울의 여행은 휴양보다는 체험에 가까웠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언가를 자꾸 겪어야 한다는 것이 좋은 점이었다. 마음은 낯선 공기에 맡겼지만, 어디로 팔려가도 소문 없이 사라질 몸뚱이에 바짝 힘을 줘야 했다. 행로를 정하고 여비를 계산하고 추위를 피하면서 뭔지 모를 음식을 맛보는 사이 정신없이 … 더 보기 →
[그 해 겨울 #5] 침대칸

[그 해 겨울 #5] 침대칸

침대칸 익숙한 노래에서 생소한 음(音)을 느낄 때가 있다. 보컬이 전하는 가사를 따라가느라 듣지 못했던 소리. 어떤 음악이든 목소리의 배경에는 필경 짤랑거리는 기타의 마찰음이 있기 마련이다. 귀에 익은 후렴구 뒤에서 들려오는 리프를 어떤 동기도 없이 발견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런 것은 마음먹고 찾으려면 찾아지지 않기 … 더 보기 →
[그 해 겨울 #4] ‘첫 아침’

[그 해 겨울 #4] ‘첫 아침’

‘첫 아침’ 된소리 하나 없는, ‘눈보라’라는 말은 참 예쁘다. 낱말만 놓고는 휘몰아치는 눈이나 살을 에는 바람이 도저히 떠올려지지가 않는다. 기구한 운명처럼 변화무쌍한 사계를 타고난 한반도였다. 그럼에도 평화를 사랑했던 우리 선조들은 날씨에 부드럽고 예쁜 이름을 붙였기 때문일까. 그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추측건대, 그것은 남도의 어디쯤에 … 더 보기 →
[그 해 겨울 #3] 연해주의 밤

[그 해 겨울 #3] 연해주의 밤

연해주의 밤 남학생들보단, 여학생들로 북적이던 오전이었다. 이미지 사진을 주업으로 하는 번화가의 ‘스튜디오’가 으레 그렇듯이. 모두 증명사진이 필요했다. 한 녀석은 만료 직전의 여권을 갱신해야 했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는 여권을 처음 만들었다. 사진을 잘라주던 직원이 “같이 여행 가시나 봐요.”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아셨어요… 라고 되물으려다 … 더 보기 →
[그 해 겨울, 유라시아 횡단기 #2] 출발

[그 해 겨울, 유라시아 횡단기 #2] 출발

그 날은 유독 길었다. 많은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긴 하루였다. 새벽 세 시에 잠을 깼기 때문이다. 전날 저녁은 장어구이였다. 비싸서 어지간한 외식에는 못 먹던 장어를 아버지는 굳이 사주셨다. 보신탕 같은 음식을 먹고 들어오는 날엔 우리 부자는 유독 개운히 잘 수 있었다. 몸에 좋은 걸 … 더 보기 →
[그 해 겨울, 유라시아 횡단기 #1] ‘결의’

[그 해 겨울, 유라시아 횡단기 #1] ‘결의’

듣는 이를 설레게 하기에 해외여행의 경험은 이제 너무 흔해졌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순진한 초심자의 가슴엔 지나온 여정이 왜 이리도 생생한지요. 어설픈 이방인이 처음 겪은 3주간의 유럽을 흔치 않은 속내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추웠던 그 해 겨울,  블라디보스톡발 모스크바행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떠난 유럽 여행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한때 일요일만 …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