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노동자가 본 세상 #4] 하루 벌어 하루 살지 않아요

[대리노동자가 본 세상 #4] 하루 벌어 하루 살지 않아요

하루 벌어 하루 살지 않아요 의정부 용현동의 작은 식당에서 대리운전 신청콜이 떴다. 스마트폰 앱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리더니 용현동~마석까지 2만원에 가란다. 식당에 도착하니 4~5명의 남자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장난친다. “마석이요!” 소리치자, “뭐요?”라며 앉아 있던 곱슬머리 사람하나가 퉁명스럽게 누구 대리시켰냐 한다. 행색으로 보니 건설 현장 노동자 같다. 보통은 … 더 보기 →
[그 해 겨울 #4] ‘첫 아침’

[그 해 겨울 #4] ‘첫 아침’

‘첫 아침’ 된소리 하나 없는, ‘눈보라’라는 말은 참 예쁘다. 낱말만 놓고는 휘몰아치는 눈이나 살을 에는 바람이 도저히 떠올려지지가 않는다. 기구한 운명처럼 변화무쌍한 사계를 타고난 한반도였다. 그럼에도 평화를 사랑했던 우리 선조들은 날씨에 부드럽고 예쁜 이름을 붙였기 때문일까. 그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추측건대, 그것은 남도의 어디쯤에 … 더 보기 →
[나의 현대사 #9] 분당을 결심하다

[나의 현대사 #9] 분당을 결심하다

– 분당을 결심하다 –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NL의 지지를 받은 권영길 후보가 당선되었다. 민주노동당 내에서 좌우파의 세력구도는 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굳어졌다. 세력구도 자체보다 근본적 문제는 게임의 룰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것이 조직적이고 구조적으로 반복되어 해결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더는 함께할 수 없다는 … 더 보기 →
[그 해 겨울 #3] 연해주의 밤

[그 해 겨울 #3] 연해주의 밤

연해주의 밤 남학생들보단, 여학생들로 북적이던 오전이었다. 이미지 사진을 주업으로 하는 번화가의 ‘스튜디오’가 으레 그렇듯이. 모두 증명사진이 필요했다. 한 녀석은 만료 직전의 여권을 갱신해야 했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는 여권을 처음 만들었다. 사진을 잘라주던 직원이 “같이 여행 가시나 봐요.”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아셨어요… 라고 되물으려다 … 더 보기 →
[대리노동자가 본 세상 #3] 존재를 무시하려고 하는 순간 그것은 폭력이 된다

[대리노동자가 본 세상 #3] 존재를 무시하려고 하는 순간 그것은 폭력이 된다

존재를 무시하려고 하는 순간 그것은 폭력이 된다 “존재를 무시하려고 하는 순간 그것은 폭력이 된다” – mila의 나누고 싶은 이야기 中(https://brunch.co.kr/@mila) – “아저씨, 편의점 알바보다 더 괜찮네요!” 지난 겨울, 나 홀로 아파트로 가시는 여성 고객이 감정을 섞어 내게 던진 말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말하지 … 더 보기 →
[발행인 편지] 노래 두 곡과 영화 한 편

[발행인 편지] 노래 두 곡과 영화 한 편

설이 지나니 이제야 온전히 새해를 맞이한 것 같습니다. 2017년 2월 1일부터 제6기 노동당 경기도당 위원장 임기를 시작했고, <이-음> 발행인의 역할도 계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래와 같은 인사도 오늘이 마지막이겠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러고 보면 21세기가 된 지 한참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의 모습은 사람들이 … 더 보기 →
[그 해 겨울, 유라시아 횡단기 #2] 출발

[그 해 겨울, 유라시아 횡단기 #2] 출발

그 날은 유독 길었다. 많은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긴 하루였다. 새벽 세 시에 잠을 깼기 때문이다. 전날 저녁은 장어구이였다. 비싸서 어지간한 외식에는 못 먹던 장어를 아버지는 굳이 사주셨다. 보신탕 같은 음식을 먹고 들어오는 날엔 우리 부자는 유독 개운히 잘 수 있었다. 몸에 좋은 걸 … 더 보기 →
[을의 경제학] 공멸이냐 노동시간의 획기적 단축이냐

[을의 경제학] 공멸이냐 노동시간의 획기적 단축이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주당 52시간제가 실제로 잘 지켜지도록 하자고 한다. 이 제안은 위기의 수준에 비해 너무 쩨쩨한 점이 문제다. 세계적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고 더욱 거세질 정보화·자동화 추세까지 고려한다면 주당 35시간+5시간(연장근로) 상한제를 과감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 정도의 획기적 노동시간 단축은 200만개 … 더 보기 →
[대리노동자가 본 세상 #2] 사장이 퇴직금을 2년 치만 주겠다네요! 나참…

[대리노동자가 본 세상 #2] 사장이 퇴직금을 2년 치만 주겠다네요! 나참…

  사장이 퇴직금을 2년 치만 주겠다네요! 나참… 포천 이가팔리. 공장이 많은 주변 식당에서 콜이 떴다. 동네에서 꽤 유명한 식당이다. 평소에도 콜을 많이 받았던 곳이다. 머리가 짧고 시골스럽게 생긴 젊은 친구와 긴 머리의 매부리코를 한 호리호리한 50대 초반의 남자 둘이 담뱃불을 끄고 나서 서로 악수를 … 더 보기 →
[나의 현대사 #8] 전선으로 돌아오다

[나의 현대사 #8] 전선으로 돌아오다

나의 현대사 – 잃어버린 30년 (8편) 이 글의 제목이 ‘나의 현대사’인데, 정작 필자 본인의 신상에 관한 얘기는 거의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 7편을 연재하면서 1987년 6월 항쟁 직후부터 2007년 대선후보 경선까지 20년에 걸친 역사를 다뤘다. 방대한 역사를 압축해서 숨 가쁘게 써대다 보니 … 더 보기 →